어느새인가 방송은 끝나있었다


치에미는 어째서인지 방에서 나오지 않는다


노크를 해도, 말을 걸어도 반응이 없다


설마...아니, 그럴리가...


불안감은 조금도 사그라들지 않고 부풀어만 간다


어떤 함정이 아닐까

어떤 위험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녀와 대화해야 해


그녀가 안전한 인물일 경우, 이지만


...


...지금 당장 도망치는 게 나을까?


어디로 도망치면 되지?

어제 왔던 길을 기억해둔 것도 아니다

...비탈길을 계속 올라왔으니까

내려가면 되나?


촌락을 피해 벼랑을 내려가서

계곡으로 내려온 후 

짐승이 다니는 길을 통해 탈출할 수 있을 터


...그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이게 다 쓸데없는 걱정일 지라도


다행히도 가방은 휴대하고 있었다


거기에서 지갑을 꺼내 5000엔권을

치에미의 방 신문 투입구에 끼워 넣었다

(어제의 술 값이다)


그리고 신속히 움직이려고

조심히 계단쪽으로 방향을 돌린 순간...


끼이이...하고 계단 앞 방의 문이 열린다


반쯤 열린 문의 틈새에서

힐끔 드러난 눈과 마주쳐서...


??, 하루아키 :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고막이 찢어질 것 같은 목소리!

나는 한심한 목소리를 내면서

허겁지겁 도망쳤다!


그 때, 젖은 복도에 발이 미끄러져!


...넘어졌다 


우당탕탕


?? : 

하루짱, 무슨 일이야!?


?? :

우왕, 이 아저씨는 누구야?


?? : 

우왁..당신은 누구시죠?

아니, 그것보다 괜찮아요...?


...왠지 상식이 있어보이는 목소리가 들렸으므로

아픔을 떨쳐내고 머리를 들었다


교복차림의 남자가 2명.

이상한 복면은 하고 있지 않았다


?? : 

괜찮으세요?


두번째 질문


후사이시 하루아키 :

으, 응..조금 놀랐을 뿐이야


?? : 

...아저씨, 치에누나의 친구야?


치에누나?


후사이시 하루아키 : 

...아, 치에미를 말하는건가


?? : 

대학에서 만난 사람인가요?

아는 사람이 온단 말은 못 들었는데


후사이시 하루아키 :

아니, 여러가지 사정이 있어서 도움을 받았거든...

수상한 사람은 아니야, 수상하게 보이겠지만.


?? : 

이 아저씨 수상한데?


후사이시 하루아키 :

으음...어찌한담...

일단 이름은 후사이시 하루아키라고 해


오리베 야스나가 : 

전 '오리베 야스나가'라고 해요

이쪽은 '카모시다 치카모치'


카모시다 치카모치 : 

못치라고 불러줘


야 못치. 혹시나 해서 말해두지만 

난 아직 아저씨라고 불릴 나이가 아니라고


오리베 야스나가 : 

그리고 이쪽이...하루쨩, 뭐해?


?? : 

그치만, 그치만 모르는 사람이...!!


...하루쨩이라고 불린 아이는 아무래도 문 틈 사이로

나를 보고 절규한 그 눈의 주인인 모양이다


오리베 야스나가 : 

일단 괜찮아 보이니까 나와도 돼


?? : 

...


잠깐 조용해진 뒤 문이 난폭하게 닫히고

짤그락 거리는 소리난 후

조심스럽게 문이 열렸다


마키시마 하루 : 

...


우와


일단 이 아이도 학생, 인걸까

강렬하게 어레인지한 패션이다만


마키시마 하루 : 

...당신은 누구죠...?


후사이시 하루아키 :

으으음...후사이시 하루아키라고 하는데...

이 부근에서 오토바이 사고가 나서

세리자와 치에미 씨에게 도움을 받았어


마키시마 하루 : 

헉, 그럼 설마 어제 밤 치에언니의 방안에서...


후사이시 하루아키 :

아, 응, 하룻밤 묵었어


내 말은 [하루쨩]의 히스테릭 초음파에 사라져버렸다


마키시마 하루 : 

어제 왜 이리 시끄럽나 했어!!

뭐야!? 무슨 꿍꿍이야!?

시집도 안간 여성의 집에서! 부, 불결해!!


후사이시 하루아키 :

아..응, 네 말이 맞아

나도 좀 주저하긴 했는데

치에미쨩이 천절해서


마키시마 하루 : 

치에미쨩!? 벌써 친한듯이!!

서, 설마 치에언니가 방에서

나오지 않는 이유는...


카모시다 치카모치 : 

여기 문에 5000엔이 끼워져 있구먼


마키시마 하루 : 

(엄청난 초음파음)


오리베 야스나가 : 

후, 후사이시씨, 설마!


후사이시 하루아키 :

아냐아냐아냐! 

그건 어제 술을 대접받아서

고마움의 뜻으로!


마키시마 하루 : 

치에언니의 몸이 5000엔이라니

그렇게 값쌀 리가 없잖아!?


카모시다 치카모치 : 

불건전하구만


무슨 소릴 하는거야 이 꼬맹이들은!


후사이시 하루아키 :

아...저기, 도와주지 않을래?


오리베 야스나가 : 

...처음보는 여성의 방에서 술을 마셨다고요?

그리고 치에 누나는 나오지 않고...


큰일이다, 아군이 없어


세리자와 치에미 : 

대체 뭔 소란이야...


그 때, 소란의 중심인물이 등장!


후사이시 하루아키 :

오오, 치에미쨩

너도 사정을...설명...


...


뭐지, 이분위기는


밝고 쾌활한 그녀는 어디로 갔는가


세리자와 치에미 : 

...


오리베 야스나가 : 

치에누나...설마...


세리자와 치에미 :

...부끄러운 꼴을 들켜버렸네


카모시다 치카모치 : 

오오오오


후사이시 하루아키 :

아니 잠깐 기다려


세리자와 치에미 : 

...이제 시집가긴 글렀어...


마키시마 하루 : 

(공전의 초음파음)


아아, 대소동이다


참고로 치에미의 얼굴빛은 파랗게 질려있었지만

입가는 거의 웃고 있었다


분명하게 숙취 상태에서 장난치고 있는거다


그 후 어떻게든 전원을 진정시키고

치에미와 함께 경위을 설명했다


심야에 만난 일


호의로 잘 곳을 제공한 일


술을 마신건 맞지만 딱히 문제될 일은 전혀 없었다는 것


세리자와 치에미 : 

이야~오랜만에 밤새도록 마시고

실컷 토했네...

하루아키씨, 못 볼 꼴을 보여서 미안


후사이시 하루아키 :

아, 그건 괜찮아...


그것보다 [하루쨩]의 따가운 시선이...


마키시마 하루 : 

...비상식적...


후사이시 하루아키 :

아아..응, 정말 미안해...

어제는 진짜 기진맥진 상태였거든

무심코 호의를 받아들여버렸어


카모시다 치카모치 : 

뭐..치에누나니까, 별 생각없었겠지


오리베 야스나가 : 

사정이 사정이니

노인분들도 납득...하려나...?


오리베 야스나가 : 

참고로, 어디에서 만나셨나요?


세리자와 치에미 : 

아...그게...


후사이시 하루아키 : 

아래쪽 강에서 만났어


그 말을 한 순간, 전원의 표정이 확 바뀌었다


오리베 야스나가 : 

...그건 좀...


카모시다 치카모치 :

난리나겠군!


마키시마 하루 : 

...2일 연속으로 2명이나...


후사이시 하루아키 : 

혹시, 뭔가 잘못말했어?


세리자와 치에미 : 

하아...뭐, 언젠간 들킬 일이지

아까 그렇게 대소동을 벌였으니

야스미즈 전체에 알려졌을테고


후사이시 하루아키 : 

2일 연속으로 2명이라니 그게 무슨소리야?


마키시마 하루 : 

만지지마! 더러워!


만지려고도 안했고 더럽지도 않거든!

뭐, 확실히 하루동안 목욕을 못하긴 했지만


후사이시 하루아키 : 

너, 왜 난리가 난다는거야?


카모시다 치카모치 :

타에 할멈들이 키에엑 거릴걸


키에엑 거리는건가, 그거 큰일이군


후사이시 하루아키 :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겠어?


오리베 야스나가 : 

조금 설명하기가 어렵지만

뭐..여기는 시골이니까 다른 곳과

여러가지 다른 점이 있다는거죠


오리베군이라고 했던가

치에미를 제외하면 그와 가장 대화가 잘 통할 것 같다


후사이시 하루아키 : 

어떻게 하면 될까


세리자와 치에미 : 

뭐, 이 치에미가 어떻게든 할게

학생 제군들은 빨리 밥먹으러 가야지


카모시다 치카모치 :

에잉~ 이 혼란을 더 지켜보고 싶은데


세리자와 치에미 : 

그러지 말고, 못치.

어서 갔다와

우리들은 좀 늦게 갈테니까


오리베 야스나가 : 

확실히 좀 늦게 가는 게 좋겠지.

혼란스러워질테니까


세리자와 치에미 :

역시 야스군, 눈치가 빠르네

미안하지만 둘을 잘 부탁할게


오리베 야스나가 : 

...으, 응


세리자와 치에미 : 

어휴 치에언니, 애취급하지 말아줘!


카모시다 치카모치 :

맞아! 응가해버린다!


오리베 야스나가 : 

자, 가자. 못치, 하루쨩


떠들어대면서도 학생들은 계단 방향으로 퇴장.

인간관계가 어떻게든 이해될 것 같다


자 그럼..


후사이시 하루아키 : 

쟤네들이, 이 건물의 다른 주민?


세리자와 치에미 :

그래. 여긴 학교 기숙사거든


학교 기숙사...이런 시골에 말이야?


어찌 되었든, 인기척을 못느낀 건

그냥 내 감각이 둔해서 그랬던 모양이다


세리자와 치에미 : 

...참고로 하루아키씨, 다른 사람과 만나서 문제일으키진 않았겠지?


후사이시 하루아키 : 

아, 응.

일단은 그걸 경계하고 있었으니까


세리자와 치에미 :

그럼 다행이네. 좋아, 조금 있다가 식당으로 가보자


후사이시 하루아키 :

아, 아침식사야?


세리자와 치에미 : 

NO. 아침 식사는 지금 먹어줘.

식당에는 일단 얼굴만 비추러 가는거야


후사이시 하루아키 : 

엥? 누구한테?


세리자와 치에미 : 

외지인이 명영(皿永, 사라나가)에서 왔다는 것에

불만을 말할 것 같은 사람들한테


...그렇군. 아까 이름으로 나왔던

[타에 할멈]씨 같은 사람 말인가


후사이시 하루아키 : 

잘 부탁드립니다


세리자와 치에미 : 

괜찮아~

그 대신, 아침의 일은 비밀로 해줘


후사이시 하루아키 : 

물론이지.

그런데 '명영'이라는 게 뭐야? 

그 강을 말하는거야? 


세리자와 치에미 : 

맞아. [명영의 여울]이라는 강인데

그 주변을 전부 명영이라고 불러.

좀 사연이 있는 장소라서 말이야...


후사이시 하루아키 : 

사연?


세리자와 치에미 : 

응. 그 강은 더럽혀져 있어서

죽은 사람이 돌아온다, 라는 전설이 있어


아..


그렇군. 불길하다고 느낄만도 하네


후사이시 하루아키 : 

...그 밖에 그것이 관련된 룰이나 관습은?


세리자와 치에미 : 

엄청 많지요!

그러므로 기본적으로 이 치에미에게 맡겨주시길


전부 맡겨달라는 것 같다


후사이시 하루아키 : 

...참고로, 위험을 느낄 일은?


세리자와 치에미 : 

그런 일은 없어! 

하지만, 여러가지 불쾌한 일을 격기전에

빨리 떠나는게 좋을지도 모르겠네


후사이시 하루아키 : 

그걸 위한 사전 교섭을 하러 간다는 거군


세리자와 치에미 : 

그렇지!


헤메다가 도착한 촌락은 특이한 곳이였다

하지만, 든든한 길안내원이 곁에 있다


...빨리 떠나라, 인가...


세리자와 치에미 : 

...?


조금 쓸쓸한 기분도 드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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