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리자와 치에미 :
잠깐 기다려줄래?
옷 좀 갈아입고 올게
그 말을 듣고
현재 현관문 앞에서 가만히 서 있다
깊은 산 속의 촌락이길래
오래된 민가를 상상했지만 주택이다
어두워서 전체적인 모습은 알 수 없었다
지금은 학교 기숙사같은 싸구려 벽만이 보인다
참고로 여기는 2층, 202호실이라 적혀있다
녹이 쓴 계단을 올라오는 동안 들려오기
시작한 빗소리는 점점 강해지고 있다
어둠, 비, 거기다 건물 앞까지 뻗은 커다란 나무 때문에
밖의 상태는 거의 알 수가 없다
머리 위의 형광등과 문, 그것만이 무대장치였다
솔직히 무섭다는 생각이 조금 들었다
눈 앞의 문 너머에 여성이 옷 갈아입고 있다는 즐거운 사실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조금 시간이 지나니
잠긴 문이 열리며..
세리자와 치에미 :
기다렸지? 들어와
츄리닝 모습으로 갈아입고
미소를 짓는 집주인이 등장했다
이거 좀 설레는데?
세리자와 치에미 :
아~무것도 없지?
후사이시 하루아키 :
정말 아~무것도 없네
세리자와 치에미 :
하지만 냉장고 안에는~짠!
후사이시 하루아키 :
와우
세리자와 치에미 :
마실까!
후사이시 하루아키 :
아싸!
말 그대로, 방 안은
거의 텅텅 비어있었다
2평 정도 되는 원룸.
방 한가운데에 밥상, 입구에는 냉장고, 안쪽 모퉁이에는 커다란 숄더백
그리고 세월이 느껴지는 책장이 두개있었지만 책은 없다
하지만 문제될 건 없다.
어떤 곳이라도 여자의 방이라면
원더랜드가 되니까
세리자와 치에미 :
그럼, 고생한 하루아키 씨에게 수고의 건배!
후사이시 하루아키 :
지옥에서 만난 부처님에게 건배!
각자 맥주캔을 따서
가볍게 부딪친 후 입으로 옮긴다
...아아, 맛있다!
상쾌한 탄산의 자극과 쓴맛이
혀부터 전신에 스며드는 것만 같다!
세리자와 치에미 :
푸하, 맛있어!
이 한모금을 위해서 살아가는거지!
후사이시 하루아키 :
늙은이같은 말을 하네
세리자와 치에미 :
너무 오버했네,
사랑에도 장래에도 아직 절망하지 않았어!
후사이시 하루아키 :
하지만 곧 [취직 활동]이라는 그림자가 쫒아오겠지
세리자와 치에미 :
에이, 그러지마!
모처럼의 맥주가 맛없어잖아!
그렇게 그녀는 웃으며 캔을 크게 들이킨다
음...그녀는 술을 꽤 하는 편이군
그래도, 역시 좀 궁금했다
후사이시 하루아키 :
...초대받고 이런 말하긴 좀 그렇지만
세리자와 치에미 :
왜?
이미 볼이 빨갛게 달아오른 그녀.
술 자체에 강한 건 아닌건가?
척봐도 반듯한 얼굴에
티 없이 아름다운 여성, 이라고 생각한다
츄리닝 모습에 색기는 없지만
옅은 화장은 하고 있는 모양이다
후사이시 하루아키 :
난 완전히 정체를 알 수 없는
자칭 길 잃은 사람이잖아?
세리자와 치에미 :
그렇네
후사이시 하루아키 :
넌 꽃 다운 나이의 여성, 지금은 심야.
밀실의 원룸에서 남자와 둘 뿐.
거기다 알콜까지 들어간 상태.
세리자와 치에미 :
오~
후사이시 하루아키 :
자신이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고 생각하진 않아?
세리자와 치에미 :
음~
고민하면서 그녀는 맥주를 계속 들이킨다
가느다란 목이 꼴깍꼴깍 움직이고 있다
...지금
[내가 술에 덜취해있다=남자의 불쾌한 시선이 자신을 향해있다]
는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건만
세리자와 치에미 :
딱히 그런 생각은 안드는데?
후사이시 하루아키 :
어째서?
세리자와 치에미 :
세리자와 치에미 퀴즈~
후사이시 하루아키 :
예이~
세리자와 치에미 :
문제! 정신차려보니 정조가 위기!
하지만 세리자와 치에미는 딱히 위험을 느끼지 않는다!
어째서 일까요?
분위기를 잘타는 애로구만.
왠지 더 좋아지기 시작했다
즉, 현재 그녀는 더 위험해진 상황이다
후사이시 하루아키 :
질문해도 돼?
세리자와 치에미 :
응
후사이시 하루아키 :
'내가 착한 사람처럼 보여서'라는 대답은 하지 말아줘
세리자와 치에미 :
나쁜 사람으로 보이는 건 않지만...
뭐...그건 아니야, 여자에 익숙한 사람같고
영광스러운 말이다만,
그렇다는 건 그녀는 날 분명히 리스크로
인식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후사이시 하루아키 :
생각할 수 있는 해답은 크게 두가지.
[예상 밖의 일이 일어나도 문제가 없다]
또는
[예상대로]
세리자와 치에미 :
흐으음?
후사이시 하루아키 :
전자는 여러가지 생각해볼 수 있겠네
예를들어 네가 지금 자포자기 상태라서
될대로 되라인 경우
후사이시 하루아키 :
또는 충분한 자기 방어수단이 있는 경우
실은 호신술의 달인이라 나정도는 가볍게 잡을 수 있다던지
세리자와 치에미 :
오~ 논리적이네!
혹시 이과야?
후사이시 하루아키 :
으으음...뭐 그렇지.
그리고 후자, 즉 지금 이 상황이 네가 예상한대로 라면...
세리자와 치에미 :
예를들어 내가 엄청 야한 인간일지도?
너무 솔직한 거 아니냐
세리자와 치에미 :
아하하하하, 취기가 돌기 시작했다
자, 또 그 밖에 뭐가 있을까요?
...그 밖에?
처음보는 남자를 방에
들여보낼 수 있는 정당한 이유?
그건...한마디로, 일반적인 이유는 아니겠지
후사이시 하루아키 :
....내 존재가 너에게 득이 되는 경우
후사이시 하루아키 :
예를들어 알리바이 공작.
네가 여기에 있었다고
나중에 내가 증언해주는 것으로 네가 유리해지겠지
세리자와 치에미 :
오오~! 보기좋게 이용한다는거군!
후사이시 하루아키 :
...아니면 네가 무서운 살인귀라서
날 취하게 만든 다음 죽인다던지
세리자와 치에미 :
호오~! 마귀할멈(やまんば)!
그거 좋네, 푸슉푸슉 죽여볼까
굉장한 효과음이네
세리자와 치에미 :
참고로, 전제로 한 2개의 케이스 이외에도 하나 더 있어
후사이시 하루아키 :
어라? 빠진 게 있었나?
세리자와 치에미 :
응. 내가 굉장히 착한 사람이라
하루아키씨를 구하고 싶었을 뿐이라는 케이스
후사이시 하루아키 :
...
이건, 지금 자신의 더러운 마음에
부끄러워해야하는건가?
후사이시 하루아키 :
...에이, 그래도 자신이 덮쳐질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세리자와 치에미 :
와...스스로 덮친다고 말했어, 이 인간
후사이시 하루아키 :
아...으으음...일반적으로!
일반적으로 생각해서 말이야
얼굴을 붉히며 조용해진 그녀는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닐까 싶을정도 귀여웠다
역시 좀 취한 모양이다
참고로 우리 둘 다 2캔째
세리자와 치에미 :
...응~그럼 이건 어때?
재워두지 않으면 더 안좋은 일이 생긴다던지..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었던거지.
후사이시 하루아키 :
음...미안, 좀 더 자세히
세리자와 치에미 :
이 주변에는 무서운 야생동물이 출현합니다.
내일이 되면 이 사람은 잘게잘게 찢겨져 있을지도 모릅니다
세리자와 치에미 :
이대로 그냥 두고 갔다간 꿈자리가 사나울 것 같습니다
그럼, 뭐 재워주는 게 낫지 않겠어?
후사이시 하루아키 :
...그렇군. 리스크와 선의를 천칭에 올려뒀다는 말인가
그건 생각못했네
세리자와 치에미 :
생각못했다니..생각보다 꽤 나쁜 사람인 것 같네
후사이시 하루아키 :
엥? 내가 뭘했는데?
세리자와 치에미 :
그야 선의를 선택지에 넣기 전에
살인귀라던지, 알리바이라던지, 야한 것을 예로 들었으니까
후사이시 하루아키 :
야한 건 네쪽에 꺼낸 말이잖아
세리자와 치에미 :
그랬던가? 그래서, 정답은?
후사이시 하루아키 :
엥? 지금까지 진심으로 하는 소리였어?
세리자와 치에미 :
정답인 경우 멋진 선물을!
오답인 경우 푸슉푸슉 죽이겠습니다
진짜냐
선택지
[자포자기 상태다]
[범죄를 위해]
[에로에로]
[죽이면 잠을 못든다]
[?] KEY20
아직 선택이 불가능한 ?를 제외하면 선택지 중에서 아무거나 선택해도 상관X
[범죄를 위해서] 선택
세리자와 치에미 :
딩동댕! 정답입니다!
역시.
세리자와 치에미 :
이야~수상하다고는 생각안했어?
이런 오밤중에 그런 곳에서 뭘하고 있었는지
후사이시 하루아키 :
그건 그렇네
세리자와 치에미 :
거기서 무언가 위험한 짓을 하고 있었는데
그것을 숨기기 위한 적절한 증언자가 등장!..같은거지
후사이시 하루아키 :
오오..
세리자와 치에미 :
아니면 헤메다가 도착한 산중의 마을에서 사이코가 습격! ..같은 시추레이션있잖아!
C급 호러의 흔히 있는 전개 말이야~!
후사이시 하루아키 :
거기다 이 퀴즈에 못 맞추면 살인당한다는
노골적인 범인 누설도 있고 말이야!
세리자와 치에미 :
아차, 그렇군! 나의 실수!
이거 입막음을 위해서 죽어주셔야겠어!
후사이시 하루아키 :
정답 사은품도 살인일줄이야!
세리자와 치에미 :
응? 그럼, 날 먹을래?
후사이시 하루아키 :
사양할래
세리자와 치에미 :
실망이야!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이 아이는 머리가 꽤나 잘돌아간다는 것.
회화의 응용력이나 되받아치는 능력이 보통이 아니야
내가 남자라고 안심해선 안된다는 말을 돌려서
전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또 한가지 더.
확실히 이 아이는 매력적이지만...
왠지 그런 것보다
음담패설을 안주로 삼아
분위기를 띄우는 게 더 즐거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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