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떠오르는 기억을 어떻게든 억눌렀다
애초에...
이건 그 일을 잊기 위한 여행이니까
후사이시 하루아키 :
...하..정말...
후사이시 하루아키 :
...그만두자, 눈 앞의 현실을 직시하자!
후사이시 하루아키 :
인생은 간단한거야!
그러니까 네비도 없이 이 어두운 길을 계속 갈 건지! 되돌아갈 건지!
그것만 생각하자!
되돌아 간다는 선택지는 현재 없으니 계속 가야겠군
그렇게 스스로 결론을 냈다
그래도 일단 자신이 현재 어디에 있는지는 파악하고 싶었으므로
다시 지도에 시선을 옮겼다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표지판을 봤을 때는 아직 해가 떠있었다
그러니까, 길을 잃은 건 날이 저물은 후인가
대충 닥치는대로 교차로를 몇개 지나친 게 문제인 건 알겠어,
길을 잃었다는 걸 2시간이나 지나서 알 게 된 것도 문제고
...길을 잃은 예상 범위를 지도에 원으로 그려보니 90%가 산이였다.
참 와일드한 상황이로군
주변을 둘러봐도 산, 산, 산 그저 산뿐
거꾸로 뒤집어 흔들어도 문명의 산물 하나 안나올듯한 나무와, 산림과 숲의 바다
발 밑의 아스팔트와 사랑스러운 나의 차,
그리고 오랜만에 보는 머리 위의 가로등...
인공물은 이것뿐! 이라는 게 느껴지는 대자연.
현(県) 레벨 축척밖에 안되는 휴대용 지도로
현재 위치를 특정하는 건 불가능했다
후사이시 하루아키 :
...가볼까
길이 막힐 때까지 가보자
정 안되면 근처 길가에서 노숙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 2시간 전 이야기고
지금은 후회하고 있다
진지하게 말해서 노숙은 불가능했다
죄다 산길 투성이라 [길가]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데다가
가끔 덤프트럭이 좁은 길을 아슬아슬하게 지나가고 있고..
거기다 난 방금 전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야생 멧돼지와 사슴을 눈 앞에서 목격했다
그것도 각 2번, 3번. 겨우 이 2시간만에 말이다
아스팔트를 나란히 달려가는
대형 사슴에게 응시당하는 수수께끼 체험도 했다
벌벌 떠는 날 도발하는 걸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쪽은 인간님이란 말이다!
문명으로 돌아가면 사슴고기로 배를 채워야지
이런 환경에서 노숙을 했다간
사륜차나 네발 짐승에 깔려죽을 게 뻔했다
그런데도 왜 안 되돌아가냐고?
...그래, 부정은 안하겠다
그건 내가 마음이 뒤틀린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좋은 인간관계가 파탄난 것도
그래서 무모한 여행을 떠난 것도
말 그대로 내 마음이 뒤틀려있어서 그런 것이다
결국 나는 계속 앞으로 가는 것을 선택했다
몇시간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고
잘 장소를 찾을 수 있는 보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
이 체험이 앞으로 어떤 일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타산적인 생각을 하게 된 것도 사실이였다
심야라고 불릴 시간이 되어가고 있었다
자 그럼, 어디로 도착하게 될려나
기대는 배신당하는 법이라 했던가
잠시 후 길이 갑자기 평평해졌다
아무래도 산 길을 벗어난 모양이다
길 주변은 여전히 숲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전망이 안좋았다
하지만, 가로등이나 간판이 드문드문 보이기 시작하면서
사람이 사는 기색도 느껴지기 시작했다
문법적으로 숲 속에 있는 것도 [가로등]이라 불러야 하는건가?
집으로 돌아가면 검색해봐야지
길이 평평해지니 노골적으로 피로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핸들링과 니그립을 계속했더니 손과 가랑이가 욱신거렸다
이제 정말 쉬지 않으면..
그 때, 전방에 생각치도 못한 것이 보였다
컬러풀하고 강력한 인공불빛
...편의점?
분명히 편의점이였다
방금까지 달려온 좁은 길과 일차선 정도의 더 좁은 산길의 교차점에
나무들이 사라지고 돌연 모습을 드러낸 소비사회의 부산물, 그 위용...
...너무 오버했나
야생에서 생환해온 사람에게는
편의점조차 위대한 문명의 덩어리로 보이는 모양이다
편의점의 이름은 프레쉬 마켓
점심시간에 몇 번 본 기억이 난다
이 지방을 중심으로 전개하고 있는 프랜차이즈겠지
건물 자체는 그리 오래된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주차장의 아스팔트도 도로보다 매끈하고
그나저나...
참 외진 곳에도 세워뒀네...
좀 더 가면 사람이 사는 곳이 나오는건가?
아니면 헤멘 사람들을 노리고?
...들어가서 물어보면 알겠지
점원이라면 길도 알고 있을테고
지금은 배보다 목이 말랐다
귀에 익숙치 않은 음색의 차임벨과 함께 가게로 들어갔다
생각보다 평범한 편의점이네
선반에는 상품이 올려져있고 오른쪽에는 카운터가...
헉.
뭐 저리 험악하고 껄렁해보이는 점원이 다 있담
작년까지 레이디즈를 이끌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위엄이 느껴지는데..
?? :
...어서옵쇼
방금 설마 [어서오세요]라고 말한 것인가
마음이 좁쌀 만큼도 들어있지 않은 인사에 공포를 느꼈다
설마 여긴 길을 잃은 사람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편의점인가?
불만을 말하면 못 방망이로 맞는다던지..
?? :
...칫
혀를 찼다. 굉장히 무섭다
원더랜드는 지금부터 시작인가
못 방망이는 언제 등장하려나?
급상승하는 긴장감, 급하강하는 텐션
무심코 방어 태세를 취했지만
점원은 손에 든 잡지에 시선을 돌려버렸다
뭐야, 그냥 불량 점원인건가
약간 실망하면서 점내를 둘러본다
...평범한 라인업이다. 입구 앞 영양 드링크 코너에
문방구와 여행용품, 위생용품들이 늘어져있다
반대편에는 식품을 포함한 스낵 코너
컵 라면 등의 건조식품 코너
안쪽에는 냉장고, 냉동고...역시 그냥 평범하다
샐러드나 도시락 코너는 심야라서 그런지 비어있다
조금 특이한 점은 무나 인삼같은 미포장된 생야채들이 야채가게처럼
진열대 한곳을 독점하고 있는 것이다
이게 지방 편의점이라는 것인가...
조금 놀랐지만 특별한 특산물같은 걸 올려둔 게 아니라서
크게 인상적인 가게는 아닌 것 같다.
점원을 제외하고.
페트병 엽차를 손에 들고 계산대로 이동했다
?? :
...후~
역시 이 가게의 하이라이트는 그녀였다!
설마 접객중에 가게 안에서 흡연을 할 줄이야!
?? :
...살거냐...?
살게요. 사게 해주세요
나는 손님이라는 이름의 신이 되겠어
?? :
126엔
바코드도 안찍는다고...?
점원님이 부르는대로 진행되는 거래! 신은 죽었다!
슬슬 화내볼까
후사이시 하루아키 :
저기, 잠깐만요
?? :
아앙?
후사이시 하루아키 :
실은 길을 잃어버려서...
나는 바로 꼬리를 내렸다
후사이시 하루아키 :
마을로 가려면 어느쪽으로 가야할까요?
?? :
저쪽
후사이시 하루아키 :
아니 그게..될 수 있으면 지도라던지..
?? :
없어
하하하, 요녀석
후사이시 하루아키 :
아니, 그럴 리가 없잖아요
편의점에는 길을 물어보는 사람이 많을테니
보통 지도는 상비해둘텐데요
?? :
몰라, 없는 건 없는거야
얌전히 왔던 길로 돌아가라
후사이시 하루아키 :
이미 몇시간동안 헤멘 상태라서
더이상은 좀..
?? :
대충 거기 바닥에서 자던가
웃기고 있네
후사이시 하루아키 :
아니, 기분만으로도 감사하니
길만 좀 알려주신다면..
?? :
아~ 거 시끄럽네...기다려
성가시다는 듯이 담배를 카운터 위 재떨이에 끄고
점원은 창고로 들어갔다
...금방 돌아왔다
?? :
있었다
손에는 지도들고 있다, 있구만 뭘
아니, 애초에 없을리가 없나
어째서인지 기분이 더 안좋아져 보이는
점원에게 설명을 들었다
?? :
여기가 우리 가게...그리고 사거리가 나오면 북쪽으로 가라
후사이시 하루아키 :
흠흠..
?? :
좀 더 가면 육교가 있으니까 건너라
처음 갈림길에서 큰 바위가 보이면
거기에서 오른쪽으로 꺽고 다시 직진
후사이시 하루아키 :
...엥? 길요?
?? :
뭐, 문제있냐
후사이시 하루아키 :
아니..지도에는 길이 안보이는데요?
?? :
...그려져 있지 않을 뿐이지, 촌이 있어
후사이시 하루아키 :
흠...거기 말고는 없어요?
?? :
후지요시 마을까지 가려면 산길로 2시간 걸려,
이쪽은 30분이면 도착한다
후지요시 마을...여긴가
거리는 그리 멀지 않은 것 같지만
도로가 무서울 정도로 복잡하군. 갈림길도 많아
그야말로 포장되기만 한 오래된 산길인가보군
지금까지 계속 산길에서 헤멨으니
이쪽으로 가도 헤멜 가능성이 높을 것 같고...
후사이시 하루아키 :
...그럼 여기로 가볼게요
감사합니다
?? :
돈
후사이시 하루아키 :
네?
?? :
돈 안냈잖아, 엽차
후사이시 하루아키 :
아...그럼 여기 500엔
?? :
흥 (띵, 드르륵, 촤라라락)
후사이시 하루아키 :
...왜 거스름돈을 멋대로 모금상자에 넣는건가요
?? :
거스름돈이 많으면 귀찮잖냐
엄청난 발언을 하고 있다
인사를 한 뒤 페트병을 들고 가게를 나왔다
주차장에서 차를 끝까지 마시고 하늘을 올려다보니
구름에 가려져있던 달이 편의점의 빛에 지지 않을 정도로 빛을 발하고 있다
하지만, 불량점원에게 흐트러진 마음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고
페트병을 쓰레기통에 던지고 조금 거칠게 엑셀을 밟고 차를 움직였다
점원의 안내에 따라 좁은 육교를 건너, 첫 갈림길에 도착했다
행신(길의 수호신으로서 배치된 비석)으로 보이는
그저 사이즈만 묘하게 큰 바위가 없었다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오른쪽 길은 좁았다
그곳을 신중히 방향을 틀어 직진했다
1분정도 있으니 상황은
아까보다도 심한 야생환경에 돌입
지면은 마른 잎으로, 길은 키 큰 잡초들로,
머리 위는 곧게 뻗은 작은 나무들에 막혀
마치 나무로 된 터널같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이런 길을 지나간 것일까
생각보다 방금 전의 대화 때문에
화가났던 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설마 길 자체가 없어질 줄은 생각도 못했다
15분 정도 갔을까
묘하게 전방이 어둡다 생각했던 순간
돌연 앞바퀴가 내려앉았다
반사적으로 브레이크를 잡았지만
이 땐 이미 벼랑으로 들어온 상태였다
앞으로 기울어지는 차체
농담처럼 튀어오르는 서스펜션
포장되지 않은 비탈길에서 굴러떨어질 것 같아졌다
헤드라이트가 비추는 흑과 풀
이대로 가다간 튕겨져 나간다...!
후사이시 하루아키 :
...!
비명소리를 억누르고
스티어링과 브레이크 워크로
전복을 피하면서 감속을 시도했다
..하지만 온로드 오토바이의 한계
벼랑의 끝자락에서 차체는 최대급으로 튀어올라
서스펜션이 전부 흡수하지 못한 충격에 내 몸은 공중으로 떠오르며...
순식간에 충돌음과 충격과 불쾌한 아픔이 습격해왔다.
후사이시 하루아키 :
...아파...
내동댕이 쳐지는 사고는 처음 격어봤다
공중에서 거의 1회전해서 등부터 떨어졌기에
순간, 숨이 멎고 전신의 뼈가
엉망진창이 된 것 같은 아픔을 맛봤다
얼굴이나 사지를 다치지 않은 건
불행중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글러브 너머로 느껴지는 풀의 감각, 풀냄새도 강했다
풀숲로 돌진한 모양이다
체중을 가하니 손이 잠긴다
굉장히 깊은 풀숲이다.
그래서 다치지 않고 넘어간 걸지도 모르겠군
일어섰다...관절의 마디마디가 빠질 것 같이 아프다
하지만, 그 뿐인 모양이다.
어두워서 확실하게는 안보이지만 출혈도 없는 것 같다
...운전자는 그렇다치고 오토바이는...
후사이시 하루아키 :
...내참
앞 부근에 쓰러져 있었다
엔진은 아직 살아있다
허공을 도는 뒷바퀴가 안좋은 마찰음을 낸다
...이거 갔네 갔어
가까이 다가가서 엔진을 끄고 키를 뺀다
라이트를 끄니 완전히 어두워졌다
눈이 익숙해질 때까지 잠시 기다리자
후사이시 하루아키 :
....
선명하게는 보이지 않지만 아무래도 여긴 벼랑이 아니라 아직 길인 모양이다
그냥 여기서부터 포장이 되어있지 않은 것 뿐이다
온로드 오토바이로 비포장 비탈길을 달리면
사고가 나는 게 당연한 것이다
편의점 점원, 날 완전히 죽일 생각이였군
누군가가 밟아뒀을 뿐인 길은 좁고
나무 사이에는 깊은 숲만 보인다
...오토바이를 세우려는 시도도
해봤지만 금방 포기했다
진흙탕에 빠져있었다
잘못 움직였다간 타이어가 미끌어져 보다 비참한 꼴을 당할 수도 있다
...걸어서 다시 되돌아가야하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길 앞에
희미하게 빛이 보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점원의 정보대로라면 곧 사람사는 곳이 있을 터
근처에 있는 건가?
자켓 안쪽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당연한듯이 권외
툴박스에서 라이트 어플을 기동시켜 미덥지 못한 불빛을 켰다
이거라면 뭐...못갈 것도 없지
길 안쪽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덤불 저편에 확실하게 불빛이 보였다
생각보다 약한 불빛이다. 손전등인가 무언가일까
...물 소리가 들린다
강이 가까이 있는 것인가
후사이시 하루아키 :
저기요~
목소리를 낸다
후사이시 하루아키 :
저기요~ 누구 없어요?
큰소리를 내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밤 중에 이런 곳에서 갑자기 사람과 조우하면 서로 심장이 안좋겠지
왠만해선 만나기 전에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다
후사이시 하루아키 :
저기요~
전방에 불빛을 비추니 나무들이 사라져 있었다
예상대로 강...이라기보단 계곡이 있었다
어느정도 하늘이 열려있다.
잘보니 바위나 돌이 널려있는 좁은 강변과
얕은 물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불빛은 건너편 물가에 보인다
역시 랜턴이나 손전등처럼 보인다
건너편 물가의 지면 근처에서 빛나고 있는 것 같다
사람의 모습은...
안보이는군
불러도 반응이 없다
조금 망설이다가 물의 흐름에 발을 딛었다
바로 양말까지 차가운 물이 침입해온다
어두운 밤에 강을 건너는데
맨발로 가는 건 아무래도 위험할 것 같아 결정한 판단이였다
발목까지 침수, 굉장히 차갑다
휴대폰은 자켓에 넣었다
넘어졌을 때를 대비해서 양손을 자유롭게 해두고 싶었다
불빛을 따라 나아간다
갑자기 물이 깊어졌다.무릎까지. 위험하다
발끝의 감각과 밸런스만으로
어떻게든 넘어지는 것을 면했다
생각보다 물 세기가 강하다.
발을 삐끗했다간 단번에 쓸려나갈지도 모른다
제정신이 아닌짓을 하고 있다는 자각이
돌연 샘솟았지만, 이미 돌아가기엔 늦었다
바위를 손으로 잡고 발밑을 더듬으며
어떻게든 계곡을 건너는데 성공했다
불쾌한 물소리를 내며 느그적느그적 불빛을 향해 걷는다
...이미 눈으로 확인가능한 그것에 접근한다
지면에 굴러다니는 손전등
...
지면이라고 해도 얕은 강변이다
바로 앞에는 날카로운 암질을 가진 벼랑이 솓아있다
당연하지만 주변을 둘러봐도
인간의 기색은 느껴지지 않는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거지?
낡고 값 싸보이는 플라스틱 손전등은 강렬한 빛을 내고 있다
전지 잔량은 충분히 있어보인다
손전등은 오늘밤, 아니 방금 전까지 사람의 손에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게 자연스럽겠지
낮이나 어젯밤부터 방치되어 있었을 리가 없다
하지만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장소는 강변
사고?
라이트를 두고 계곡에 들어갔다가 휩쓸렸다던지?
그건 가장 신빙성있고 위험한 상황이였다
하지만 그런 것치곤 돌과 돌 사이에 묻혀있는 것처럼 방치되어 있어서
등불 목적으로 두고 간 것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심야에 깜빡하고 손전등을 두고 갔을 리는 없겠고
그래. 지금 여기에 불빛이 떨어져있는 것 자체가
말도 안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럼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은?
...예를들어..
멍청하게 소리를 질러가며 접근해오는 나를
불빛으로 유도한 뒤 사각에서 습격한다 던지...
사각?
...머리 위?
?? :
안녕하세요?
머리를 드는 것과 목소리를 듣는 건 동시였다
벼랑은 많은 큰 바위로 인해 형성되어있다
그 그늘 사이에서 얼굴을 내밀고 있었어?
후사이시 하루아키 :
....안녕하세요?
?? :
아...사람이구나! 깜짝 놀랐네!
그건 내가 할 말이거든
?? :
죄송한데 그거 주워주시겠어요?
여성의 목소리다
그리고 드디어 상황을 파악했다
후사이시 하루아키 :
...떨어뜨리셨구나
그렇게 말하고 손전등을 주워서 천천히 등불을 위쪽으로 비췄다
?? :
으앙
앳된 목소리와 함께 빛을 손으로 가린 건
확실히, 젊은 여성이였다
?? :
눈 부셔
후사이시 하루아키 :
아...이거 실례
참고로 이쪽은 이런 사람입니다만
?? :
무서워요. 얼굴 밑으로 라이트를 비추지 말아주세요
후사이시 하루아키 :
실은 지금 길을 잃은 상태라서..
?? :
정말 그렇다면 꽤나 심각하게 잃으셨네요
알고 있어
후사이시 하루아키 :
여긴 사람이 사는 곳인가요?
?? :
어려운 질문이네요~
후사이시 하루아키 :
일단은 살려주셨으면 좋겠는데요..
?? :
살려줘요?
후사이시 하루아키 :
비를 피하고 야생동물만 없으면 뭐든 상관없거든요
?? :
음...
커다란 바위 위에서 곤란한 표정을 짓는 여성
?? :
그럼 우리집에 올래요?
잠시 고민하더니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집. 즉, 민가. 마을.
후사이시 하루아키 :
...괜찮겠어요? 부탁해놓고 말하긴 뭐하지만
지금 제가 사양을 못할 정도로
한계에 몰린 상태인데요
?? :
응? 남자로서요?
후사이시 하루아키 :
네, 아, 아니..하나의 생명체로서요.
몇시간 동안 헤메다가 오토바이가 망가져서
심신이 전부 한계에 도달한 상태이거든요
?? :
어머머...그럼 저도 그냥 못본 척 할 수는 없지 않겠어요?
하나의 생명체로서
멋진 하나의 생명체 동지의 인연으로 인해
구조되었다
?? :
그럼, 손을 잡을 수 있겠어요?
후사이시 하루아키 :
응?
?? :
거기에서 혼자서 올라올 수 없을거잖아요
...맞는 말이다
그나저나 이 바위를 타고 올라가야 한단 말인가
사람을 만났다는 안심감 때문인지
굉장한 피로가 몸을 덮치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만
지금은 힘을 내야겠지
그녀가 뻗은 손이 왼손이였으므로
나도 왼손을 머리 위로 뻗었다
가느다란 손가락이 의외로 강하게 내 손을 잡았다
여성은 자신을 [세리자와 치에미]라고 밝혔다
세리자와(芹沢)라니 신센구미의 그? 라고 물어봤더니
그거랑은 전혀 관계없고 메이지 시대에 멋대로 행세했던 집이였댄다
현재 21살이며 이곳에서 멀리 떨어진 대학에 다니고 있는 학생이라고..
지금은 시험휴일이라 고향인 이곳으로 내려왔다래나 뭐래나
그런 대화를 할 수 있게 된 건
바위 투성이인 벼랑을 그녀의 안내로 벗어난 후의 일이다
벼랑에는 일단 길이 있어서 록 크라이밍까지 필요했던 건 아니지만
신중히 발을 딛어야 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곳을 벗어난 후에는, 오히려 그녀쪽에서 적극적으로 대화를 걸어왔다
세리자와 치에미 :
참고로 그쪽은?
후사이시 하루아키 :
으으음...이름은 후사이시 하루아키
도쿄에서 대학 생활을 하고 있어요
세리자와 치에미 :
아, 그럼 그쪽이 더 나이가 많네요
후사이시 하루아키 :
24살이니까 세리자와 씨랑은 3살 차이려나?
하지만 뭐..동세대잖아요?
세리자와 치에미 :
치에미라고 불러주세요
존댓말도 안쓰셔도 되구요
후사이시 하루아키 :
그럼 나도 반말로 해줘
세리자와 치에미 :
응? 괜찮아요?
후사이시 하루아키 :
여자 아이랑 친해지는 것 같아서 기쁘잖아
세리자와 치에미 :
아하하, 그렇구나. 실은 저도 딱딱한 건 싫어서..그럼 사양않고
후사이시 하루아키 :
부디 그래줘. 근데, 마을까진 아직 멀었어?
세리자와 치에미 :
음..그렇진 않아
앞으로 5분만 더 힘내자
쾌활한 아이다.
사람과 어울리는데 익숙한 것 같다
세리자와 치에미 :
아, 발 밑을 조심해, 불빛만 따라와
후사이시 하루아키 :
뭐라도 있는거야?
세리자와 치에미 :
이 주변에는 돌멩이가 많아서 위험하거든
말을 듣자마자 돌멩이라고 하기엔
너무 큰 바위에 발을 걸려 넘어질 뻔했다
세리자와 치에미 :
거기다 오늘 밤은 굉장히 어두우니까
어느새인가 달이 완전히 숨어버렸다
"확실히"라고 동의하고 발 밑을 주의하면서
그녀의 손에 있는 불빛을 쫒는 것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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